오랜만에 인사드리는 Aspere입니다. 대만 가오슝에서 개최된 2026년도 ESEAP 컨퍼런스에 다녀왔습니다. 이번 컨퍼런스에서는 어떤 일을 저지르고 다녔는지, 개인적인 후기로서 소개하고자 합니다.
특히 이 글에서는 세션의 발표자나 조직 쪽으로 참가한 경험을 중심으로, 어떠한 이야기가 오갔고 배울 점은 무엇이 있는지, 반성할 점이 있다면 무엇일지, 스스로 느낀 감상을 적어 보았습니다.
1일차: 요코하마 에디터톤에서 한일 협력까지
1일차 오후에는 일본 사용자 그룹에서 활동하시는 카도쿠라 유리코 님의 요코하마 에디터톤 소개가 있었습니다. 개인이 작게 시작한 프로젝트가 어떠한 과정을 통해서 국제적인 협력의 주체로 떠올랐는지, 이를 통한 일본 커뮤니티의 국제화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를 간략히 설명하는 발표였습니다.
이 프로젝트의 가장 큰 특징은 일본 국내 사용자를 대상으로 한 소규모 행사가 “정신 차리고 보니 4언어판에 걸치는 대규모 프로젝트로 커져 있었다”는 것으로, 지금까지 국제 협력이 그리 활발하다고 할 수 없었던 일본 위키미디어 커뮤니티에 ‘알고 보니 이렇게 쉬운 것이었다’고 하는 상당한 반향을 불러왔을 뿐 아니라, 이후 한국과의 교류나 볼리비아와의 교류 등 구체적인 형태의 교류 행사가 단시간에 성립되는 실질적인 성과를 가져왔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습니다.
이 발표에는 저도 짧게나마 공동 발표자로 참여하였습니다. 당시 일본에 살고 있던 만큼 요코하마 에디터톤 기획 당시에 도와드린 게 있고… 이 경험이 한일 교류 협력으로 어떻게 이어졌는지도 소개하였습니다. 동시에 한국에서는 이러한 일본 측의 시도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도 말해볼 기회이기도 했습니다.
에디터톤 기획 초창기에 다른 언어판도 만들었다는 소식을 듣고 질 수 없다면서 요코하마 에디터톤의 한국어 페이지를 만들었었는데, 에디터톤 참여자는 (아마 아시아의 달과 겹치는 문제가 있어서) 아에 없던 수준이었으나, 이후 일본에서의 에디터톤은 어떠한 느낌으로 진행되는지를 설명하기 아주 좋은 소재라는 것을 깨닫고 한국어 커뮤니티에 소개하는 데 써먹고 있습니다.
일본 커뮤니티에서 온 사용자들의 발표와 교류는 컨퍼런스 전체에 걸쳐 이어졌습니다. 각양각색 다양한 일본 내 활동에서 우리가 배워올 만한 점은 무엇이 있을까, 교류와 협력은 어떻게 이어나가면 좋을까, 많은 이야기가 계속해서 오갔습니다. 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과의 이야기는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하는 기대감도 가득했습니다.
2일차: 온종일 유스 트랙
작년 프라하에서 개최된 유스 컨퍼런스 이래, CEE 유스 그룹과 유사한 형태로 ESEAP 지역에도 유스 그룹을 만들자고 하는 논의가 계속 진행되었습니다. 이 이야기는 마침 최초의 유스 컨퍼런스로부터 정확히 1년 후였던 이번 컨퍼런스에서, 하루 종일 진행된 유스 트랙과 ESEAP 유스 그룹의 설립으로 결실을 이루었습니다.
유스 트랙의 구성은 유스 컨퍼런스 당시의 구성을 많이 참조하였습니다. 먼저 참가자들끼리 편하게 생각하는 것을 전부 말할 수 있게끔 심도 깊은 아이스브레이킹을 하고, 각자 활동하는 지역에서는 어떠한 유스 관련 활동이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서로 소개한 다음, 유스 차원에서 겪고 있는 어려움이나 필요로 하는 지원이 무엇인지 서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행사의 마지막 피날레로는 ESEAP 유스 그룹이 설립되었음을 공식적으로 발표하고, 서로서로를 이어 줄 지원 기구로서 많이 참여해 주었으면 한다는 당부로 끝맺어졌습니다.
사실상의 준 주최자로서 많은 아쉬움이 남았던 하루였습니다. 특히 유스 컨퍼런스 당시의 친밀했던 환경과는 많은 차이가 있었던 점이 크게 다가왔습니다. 참가자들이 하루 종일 모여있는 것을 상정하고 짜여진 프로그램이었으나, 유스 참가자라고 해서 반드시 여기에 와야 한다는 법은 없었기에 다른 세션으로 가 버려, 순수히 사람이 부족한 데다 참가자가 계속 바뀌어 아이스브레이킹의 효과도 결국 없어져 버렸습니다.

긍정적인 이야기로, 현재 한국에서 막 시작한 위키루키즈 프로젝트의 소개도 빼놓지 않았습니다. 특히, 특정 학교를 중심으로 하는 경우가 많은 ESEAP 지역 내 유스 활동과 달리 위키루키즈는 장소에 한정되지 않는 공간적 포괄성을 가진다는 차이가 있음을 이야기하고, 신생 유스 그룹과 어떠한 관계를 맺고 어떠한 교류를 시도하고 싶은지 아이디어를 제시하였습니다.
3일차: 위키문헌 협업의 가능성
마지막 날에는 5분 동안의 짧은 발표인 라이트닝 토크를 통해 한국어 위키문헌 내의 활동과 이를 통한 국제협력의 가능성은 없을까 하는 화제를 던져보았습니다. 위키문헌 컨퍼런스 당시에도 “우리 같이 뭔가 해볼 수 없을까” 하는 의견은 많았지만 결국 무엇을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모르는 채로 끝나버린 만큼, 무엇보다도 가능성의 제시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여 이러한 발표를 준비하였습니다. 오히려 하고 싶은 이야기가 너무 많아서 5분 내로 줄이는 데 고생 좀 했고요…
위키문헌은 등재하는 작품의 언어로 구분짓는 특성 상 다른 언어권을 다루는 작품을 싣기 쉽지 않고 번역 활동도 활발하지 않습니다. 그러다 보니 위키백과식 국제협력은 통하지 않으며, 좀 색다른 발상을 필요로 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제가 생각한 국제 협력의 가능성을 얘기하기 위해, 제가 한국어 위키문헌에서 진행했던 두 에디터톤, 국회회의록 에디터톤과 독립신문 에디터톤을 예시로 들었습니다. 간략하게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요약이 너무 길어져서 접어두겠습니다! 왼쪽 버튼을 누르시면 열어보실 수 있습니다.
- 문헌 내부에만 한정하지 말자: 위키백과 등 타 프로젝트에 써먹을 수 있는 것을 만들어 보자
- 국회회의록 에디터톤과의 관계
- 그 자체로 공인 기록물, 작업 결과물을 위키백과에 출처로 바로 사용할 수 있음
- 위키 문서 형태이다 보니 번역이 쉬움 (이미 일부 사용자가 스스로 번역한 경우 있음)
- 국회회의록 에디터톤과의 관계
- 반드시 같은 것을 같이 작업할 필요는 없다: 여러 언어로 발간된 다국어 문헌을 각자 작업하는 형태는?
- 독립신문 에디터톤과의 관계
- 독립신문의 한글판-영어판을 각각 작업해서 언어링크로 연결하는 것은 어떨까?
- 각 언어판 관점에서는 원래 하던 대로 개별 작업이지만 결과를 연결하는 행위만으로 국제협력 요소가 생김
- 한국 근대사를 홍보하는 부수적인 효과도 있음
- 독립신문 에디터톤과의 관계
제일 아쉬운 점이라고 한다면, 역시 위키문헌을 이름만 들어봤지 해 본 적이 없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는 점입니다. 그러다 보니 그 자리에서의 피드백은 “오 재밌어 보인다”를 넘지 못했고, 실제 무엇인가로 이어지지는 못했습니다. 하지만, 일단 발표를 통해 아이디어를 제시해 두자, 이후 발표 자료나 녹화 영상을 보고 같이 협업 프로젝트를 구상해 보지 않겠냐는 제안이 오고 있어, 발표한 보람은 느끼고 있습니다 (웃음).
위키문헌 생태계를 선도하는 것이 한국어 위키문헌이 될지는 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무엇인가 변화를 만들어가고 있다는 것은 확실합니다. 이미 위키문헌에서 활동하고 계신 분은 물론, 아직 이름만 들어본 다른 분들까지, 다 함께 이 흐름에 동참하시는 그 날이 오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종합 감상과 앞으로에 관한 생각
여행 장학금을 받는다는 것에는 가서 최선을 다해달라는 암묵적인 의사가 포함되어 있다는 것은 물론 알지만, 이번만큼은 가끔 제가 참가자인지 주최자인지 헷갈리는 순간이 있었을 정도로 많이 굴러다녔다고 자부하고 있습니다. 제 발표 끝나자마자 다른 사람들 발표 세팅 도와주고, 부족한 일본어로 발표 준비에 뭐가 필요한지 통역해주고, 내 발표도 아닌데 새벽 2시까지 발표 자료 만들고 있고…
그래도 후회하느냐고, 차라리 놀러다닐 걸 그랬느냐고 하면 그것은 절대 아닙니다. 오히려 더욱 많은 사람이 자신의 이야기를 할 수 있게끔, 서로가 서로에게 배울 수 있게끔, 그리고 저에게 와서 “이거 같이 해 보지 않을래” 하고 말을 걸어볼 수 있게끔, 그러한 자리를 조금이라도 만들어갈 수 있었다는 것에 안도감과 만족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대단한 일은 아니지만, 누군가는 필요로 하는 그러한 일이니까요.
다음이 언제일지 모르겠지만, 일단 “다음에 뵙겠습니다”. 가능하다면 그 때에는 여러분의 이야기를 들려주셨으면 합니다. 저희는 결국, 서로 힘을 합쳐서 살아가는 위키미디어 사용자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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