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위키미디언들은 2026년 5월 15일부터 17일까지 대만 가오슝에서 열린 2026 ESEAP 컨퍼런스에 다녀왔습니다. 가오슝 전람회장(Kaohsiung Exhibition Center)에서 열린 이 컨퍼런스는 “New Era of ESEAP: Pioneer the Future Together!(ESEAP의 새로운 시대: 함께 미래를 개척하자!)”라는 문장을 메인 아젠다로 삼아 성공적으로 개최되었습니다. 컨퍼런스 참여자 중에는 한국의 신경다양인 참여자인 Real rism 님과 슐라 님이 계셨습니다. 컨퍼런스의 현장을 신경다양인의 눈으로 바라봅니다.
다양한 세션들과 가지각색의 간식에서 다양성을 엿보다
컨퍼런스는 메인 룸과 작은 방 1,2 총 3곳에서 진행되었습니다. 관심사에 따라 방을 선택해서 강의를 듣거나 워크샵에 참여할 수 있다는 것이 좋았습니다. 컨퍼런스에 참여하다가 “당이 떨어졌다”라고 느낄 즈음에 모닝 티 브레이크, 애프터눈 티 브레이크가 있어 컨퍼런스 내내 간식을 먹고 마실 수 있었습니다. 신경다양인이 아니더라도, 모든 사람들이 이렇게 잘 공급되는 간식과 식사를 환영하고 또 행복해할 것입니다. 비슷한 음식도 물론 많지만 세밀하게 따지면, 가오슝에서 처음 먹어보는 음식들이 많아 새롭고 신기했습니다. 한국의 식혜와 비슷하지만, 쌀알 대신 녹두가 들어가 있는 음료가 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사진 촬영 봉사활동을 하다
컨퍼런스에 장학생으로 당첨된 참여자들은 모두 각자의 봉사활동을 해야 하는데요, 우리 신경다양인 참여자들은 포토그래퍼(사진가)로 배정되었습니다. 이 봉사활동에는 DSLR이나 미러리스가 필요했는데요, Real_rism 님은 미러리스 입문 3년 차라서 능숙하게 사진을 찍을 수 있었지만, 슐라 님은 미러리스를 조작해본 경험이 없었습니다. 출국 전에 Real_rism 님의 도움으로 카메라 기본 조작법부터 사진의 3요소까지 고루 배우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처움 배운 사진의 세계는 놀랄 만큼 훌륭했습니다. 서로의 인물화를 찍어주며 컨퍼런스에서 사진을 찍는 것과 같이 인물사진을 연습해보았습니다.

사진 촬영 봉사 중에는 도중에 라이트닝 토크의 사진 촬영을 부탁받는 일이 있었는데요, Real_rism 님이 건강 상의 이유로 중간에 빠져나왔을 때, 슐라 님은 열심히 사진을 찍어주셨답니다.
물론 모든 참여자와 모든 강연의 사진을 찍을 수는 없었습니다. 빨간색 랜야드를 찬 참여자와 녹화 금지 표시가 되어 있는 강연은 촬영 및 녹화가 불가능하였는데요, 그래서인지 그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더 소중하게 느껴졌습니다.
다른 나라의 신경다양인을 만나다
Real_rism 님은 다른 한국인 참여자 분들의 통역 하에 다른 신경다양인과 명함을 주고받으면서 대화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특히, 일본의 무사시대 교수이신 Kitamura Sae 님께서 신경다양성 프로젝트에 큰 관심을 가져주셨는데요, 일본의 신경다양인 유저그룹을 만들고 싶다고 하셨습니다. Sae 님은 이후 신경다양성 프로젝트 발표에 나와서 인피니티 에디터톤의 뜻을 물어보시기도 하셨습니다.
신경다양성 프로젝트 발표를 하다
무엇보다 신경다양인으로서 뿌듯했던 점은 Real_rism 님이 셋째 날 컨퍼런스장에서 발표를 했다는 점입니다. 주제는, “Recording Neurodiversity: Beyond the boundaries of Wikimedia and Neurodivergent communities(신경다양성을 기록하자: 위키미디어와 신경다양인의 경계 넘어서기)”였습니다.
신경다양성은 신경학적 차이를 인간 다양성의 일부로 보는 관점이지만, 정체성, 문화, 공동체, 사회운동과도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신경다양성은 장애를 부정하지 않으면서도 사회가 다름과 차이를 이해하는 방식을 다시 생각하게 만듭니다.
발표에 의하면, 한국의 신경다양인들은 연구자, 의사, 언론, 기관 같은 다른 집단에 의해 일방적으로 정의되고 기록되어 왔습니다. 그렇지만 여기서 소개된 신경다양성 프로젝트에서는 신경다양인 스스로 자신의 언어와 경험, 역사를 기록하는 시간을 꾸준히 만들어갔습니다.
현재 프로젝트는 자폐인 긍지의 날, 에디터톤, 포토워크, 강연, 소책자 등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는데요, 이 활동들은 신경다양인들이 사회적, 지적, 문화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이끈다는 점을 공통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다같이 발표를 경청하면서 이러한 활동들의 의미를 다시금 되새길 수 있었고 참 뜻깊은 시간이었습니다. Real_rism 님은 긴장해서 떨리는 목소리로 발표하셨음에도 예정된 15분에 딱 맞추어 발표하셔서 그간의 노력이 느껴졌습니다.

마무리까지 아름다운 컨퍼런스
마지막으로 한국 신경다양인들의 컨퍼런스 참가 소감을 전해드립니다:
슐라: 신경다양인이라는 신분으로 컨퍼런스 끝나고 다음 날 이른 아침 비행기를 타야 해서 걱정했는데, 주최측에서 가오슝 공항으로 가는 택시를 마련해주어 문제없이 귀국했습니다. 동행한 위키미디어 한국의 모든 동료들이 서로 컨디션을 묻고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컨퍼런스에 다녀온 시간이었습니다.
Real_rism: 끈끈했던 마무리 인사를 마치고, 다음 날 새벽 비행기를 타기 위해 4시에 체크아웃하고 바쁘게 택시를 탔는데, 공항에 도착하고 출국심사를 마친 순간 아름다운 햇살이 면세구역으로 퍼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 빛들을 보면서 정말로 컨퍼런스에 오기 잘했다고 느꼈고, 그간의 힘듦이 다 사라지는 느낌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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