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긴 이야기이지만, 한국어 위키백과에서 가장 취약한 분야는 한국입니다. 오죽하면 한 때 한국 관련 문서를 영어판에서 번역해 들여올지에 대해서 토론이 열리기도 했을 정도입니다. 그 원인은 복합적이지만, 결국 정리가 안 되어 있으니 손 대기 싫고, 손을 대지 않으니 정리가 되어 있지 않은, 문서 방치의 악순환이 계속해서 굴러 간 결과가 현재의 한국어 위키백과입니다.
이 글을 읽고 계신 여러분 모두 이것은 문제라고 고개를 끄덕이시겠지만, 그 중에서 자기가 직접 나서서 정리하겠다고 손을 드실 수 있으신 분이 얼마나 계실까요. 거기에, 많아도 너무 많아서 한두명이 달려들어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도 아닙니다. 결국 사람들을 ‘직접 자료를 찾아서, 한국 관련 문서를 보강하는 것’에 밀어넣을 계기가 필요한 것입니다.
위키마을 프로젝트는 이러한 계기를 마련하고자 만들어졌습니다. 일본의 위키피디아 타운에서 출발점을 얻었지만, 지역 주민이 중심이 되는 그쪽과 달리 한국에서는 편집자들이 지역을 찾아가는 형태를 택했습니다.
결국 편집하는 사람이 애정과 관심을 가져주어야 하니, 아예 그 현장으로 가자고 하면 더 관심을 가져주지 않을까. 흩어져 있어 봐도 모르겠는 온라인 자료와 씨름할 바에, 지역이 직접 가진 자료를 통째로 받으면 더 쉽지 않을까. 편집하는 사람만 편집하는 위키백과에, 지역 주민이라는 새로운 기여자가 생기지 않을까. 공간적인 거리를 줄이면 심리적인 거리도 줄어들 것이라는 생각으로 기획한 행사였습니다.
위키마을 강경 이야기는 크게 행사 편과 조직 편으로 나누었습니다. 이번 글인 행사 편에서는 가볍게 읽을 수 있게끔 행사 당일의 흐름과 이번 행사에서 이룰 수 있었던 것, 아울러 부족했다고 느낀 점을 적어 보았습니다.
강경이라는 마을
위키마을 프로젝트를 소개하며 제일 많이 들었던 질문이 강경이 어디야? 였습니다. 저도 처음에는 똑같은 반응이었으니 드릴 말씀이 없지만… 그런 여러분을 위해 잠시 강경에 대해 소개하고자 합니다.
강경, 공식적으로 충청남도 논산시 강경읍은 금강변에 위치한 내륙의 작은 마을입니다. 특산물로는 젓갈과 해산물이 유명…내륙인데 해산물이 왜 유명하느냐 하면, 예전부터 강경은 서해부터 금강을 타고 올라오는 해산물이 내륙으로 들어오는 집결지의 역할을 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강경포는 원산과 함께 조선 2대 포구, 강경장은 조선 3대 장시라고 불릴 정도로 유명했고, 개항기에도 이 흐름은 그대로여서 근대 건물이 우후죽순 들어오는 곳이었습니다. 하지만 철도가 생기고 더 이상 배로 물건을 실어나르지 않자 서서히 작아져, 인지도가 있는 듯 없는 듯 한 지금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강경은 그 역사와 문화가 풍부함에도 현대에 쇠락해버린 탓에 많이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그래서 위키백과 문서도 있는 듯 없는 듯 했습니다. 하지만 그 역사가 보증하듯 자료는 찾으면 찾는 대로 계속 나오고, 그렇기 때문에 문서 보강을 목표로 하는 우리들에게 있어서 최적의 동네이기도 합니다.
전야제
이번 위키마을 강경 행사는 크게 이틀에 걸쳐 진행되었습니다. 본 행사는 8월 29일 토요일이었지만, 전 날에 마침 강경국가유산야행이 진행되던 만큼 미리 와서 보고 싶다는 참가자들이 있었습니다. 관심을 가지게 하는 것이 목적인데 미리 관심을 가져주면 너무 고맙지~
저를 포함해 3명이서 같이 저녁 식사를 하고 사진 찍을 겸 한 바퀴 돈 다음, 예쁘다는 낙화놀이를 보려고 다리 위에 자리를 잡았는데…비가 살벌하게 와서 보는 둥 마는 둥 했습니다. 흠뻑 젖은 채로 숙소로 돌아와 미리 온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내일 본 행사 때에는 어떠한 활동을 할 것인지를 소개하고, 간단한 문서 읽기 및 편집 시간을 가졌습니다.

아침의 간이 강연회
본 행사는 다음 날 아침부터 시작되었습니다. 9시 반 쯤 강경역에 모인 참가자들과 함께 10시에 강경 근대생활문화체험관에 모여 강연 시작을 기다리면서 자기소개 겸 간단한 편집 시간을 가졌고, 10시 반부터는 강경역사문화연구원 이영태 원장님의 강경 역사 해설을 같이 청강했습니다. 딱딱한 강연회라기보다는 정말 ‘그 곳 주민의 이야기를 듣는 행사’의 느낌이 더 강해, 본의는 아니었지만 개최 취지와 일치했던 점이 이상적이었습니다.

참가자 대부분은 강경에 대한 관심은커녕 거의 모르고 있던지라 어느 정도 효과가 있을지 좀 많이 걱정했었지만, 점차 질문과 대화가 활발해지는 것을 보며 전혀 필요없는 걱정이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역시 글로 읽는 것과 이야기로 듣는 것은 전혀 달랐습니다. 이것 하나만으로도 여기까지 와서 편집 행사를 연 의미가 있었다고 느꼈습니다. 끝날 때쯤에는 질문이 계속되려는 것을 억지로 끊어야 할 정도였습니다.
포토워크와 편집 마라톤
점심 식사 이후 두 조로 나누어서 포토워크를 진행했습니다. 비가 오는 습한 날씨였기 때문에 자동차를 이용하여 후다닥 돌았습니다. 한 팀은 강경중앙초등학교·강경상업고등학교·논산경찰서 등 공공기관을, 다른 한 팀은 강경 갑문·구 강경노동조합·임리정 등 문화유산을 중심으로 돌았습니다. 이번 행사에서 포토워크는 없어도 상관없는 부수적인 이벤트였지만, 이것만으로도 좋은 사진이 많이 나왔습니다.





약 2시 반 쯤 모든 팀이 돌아오고 본격적인 편집 행사가 시작되었습니다. 편집 개시 직전 강경역사문화연구원에서 제공한 서적 자료까지 앞에 쌓아놓고 각자 노트북만을 두드리는 시간이었지만, 서로 그 자리에서 “사진 있나요?”, “이거 어디에 나왔는지 기억나는 분?”, “문서 표제어 뭐였음?” 등등, 함께하는 개인 작업이라는 말이 딱 알맞은 풍경이었습니다. 참가자 중에는 집에 가서 계속 기여하겠다고 서적 자료를 빌릴 수 없겠냐고 물어보시는 분도 계실 정도였습니다.
(서적은 역사원에 물어보니까 어차피 많다고 필요한 만큼 가져가라고 하셔서…현재 한국 위키미디어 협회 사무실에서 보관하고 있습니다. 기여에 필요하시다면 얼마든지 연락 주세요)

행사의 끝, 하지만 끝나지 않는 이야기
편집 종료 15분 전, 각자 무엇을 편집했는지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실질적으로 2시간이라는 제약에도 불구하고, 이미 있는 문서의 보강은 물론 대형 문서인 강경읍의 역사까지 현장에서 새로 만들어졌다는 괄목할 만한 성과가 나타났습니다. 불과 반나절 전에는 강경에 대해 거의 아는 게 없던 참가자들이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는 것이 주최자로서 정말 놀라웠습니다. 일부 문서에서는 보강과 동시에 바로 몇 시간 전 촬영하였던 사진을 삽입하여, 역시 직접 찾아오는 것의 의미가 있었음도 보여주었습니다.
무엇보다 신기했던 것은 행사 이후였습니다. 이러한 편집 행사는 으레 현장에서 잠깐 반짝하고 잊어버리기 마련이지만, 이번에는 종료 이후에도 자발적인 문서 기여가 이어졌습니다. 아래는 행사 이후 보강이 이루어진 대표격 문서 4개입니다. 상세한 목록과 활동 내역은 이벤트 대시보드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 문서명 | 비고 |
|---|---|
| 강경읍 | 행사 전후로 지속적인 보충 |
| 강경읍의 역사 | 행사 당일 생성, 지속적인 보충 |
| 강경 화교학교 교사와 사택 | 행사 이후 생성 |
| 강경 전투 | 행사 이후 생성 |
단순한 에디터톤에 비해 참가자들이 더 오래 관심을 보이고 실제 문서 기여로 이어지기도 했다는 점에서, 역시 문서의 대상을 직접 보고 오면 더 빠져들기 쉬운 걸까 생각했습니다.
이루어낸 것, 아쉬웠던 것, 앞으로
이전에도 지역 컨텐츠 보강을 위해 사진 촬영을 중심으로 한 위키탐방 행사가 있었지만, 정말 사진을 찍는 것이 다였기 때문에 문서의 보강은 전혀 기대하지 못했다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그에 비해 이번에는 포토워크의 요소는 그대로 살리면서 동시에 문서 내용의 실질적인 보충까지 이루어졌습니다. 특히, 참가자가 사진을 찍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 대상에 대해 공부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된다는 것이 고무적이었습니다.
현지에서의 협력도 긍정적이었습니다. 지역에서 행사를 만든다고 하여도 보통 돌아오는 것은 무관심인데, 이번 위키마을에서는 장소에 더해 자료·강연 제공까지 받을 수 있었습니다. 게다가 이것이 참가자의 열정적인 편집으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위키백과 공동체와 지역 공동체가 손을 잡는다는 최초의 구상 또한 어느 정도 이룰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이야기 형식의 반응이 좋았던 만큼, 다음에는 강연회와 포토워크를 결합해 지역 주민들과 같이 걸어다니며 설명을 듣는 것은 어떨까 하는 생각도 해 보고 있습니다.
다만 지역에서 협력은 받아냈지만 지역 사람을 위키백과로 끌어들인 것은 아니라는 중요한 한계도 아직 남아 있습니다. 이 프로젝트를 다른 지역에까지 확장시키기 위해서는 결국 지역 내외를 아우르는 참여를 유도해, 자체적인 작용이 일어나게끔 할 수 있어야 하는데, 이번 행사에서는 아직 이러한 면에서 갈 길이 멀다고도 느꼈습니다.

종합적으로, 처음 시도해 본 행사라는 점을 감안하면 매우 성공적이었습니다. 지역에 위키백과를 알리는 동시에 위키백과에서도 지역 내용을 채울 수 있다는 두 가지 효과를 모두 얻어냈습니다. 이러한 틀을 유지하면서 점차 사람을 늘리고, 다양한 장소로 뻗어나가면 되리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사람들을 더 모으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지, 다른 지역에서는 어떻게 맞추어야 할지는 향후의 과제가 되리라고도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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