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요로운 지식의 정원을 가꾸는 법칙을 만들어 나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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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갑습니다:) 위키백과 관리자 기나ㅏㄴ입니다. 봄은 너무나도 빨리 저물었으며 입하(立夏)가 지난 지도 오래입니다. 날에 따라서 후텁지근할 때가 있고 아직은 비가 오면 으슬으슬하기도 합니다. 차츰 다가오는 무더위에 대비할 때인 것 같습니다.

여러 번 독자 기고 제의를 받았으나 피치 못할 사정으로 계속 거절해 오다가 이제서야 쓰게 됩니다. 좋은 기회를 제게 주신 한국 위키미디어 협회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제가 위키백과에 가입한 시점은 2021년 11월 중순 쯤입니다. 저는 글쓰기나 번역에는 재능이 없지만, 관리 활동 보조에만큼은 적극 참여해 왔기에 비교적 짧은 시간 내에 많은 사용자분들께서 저를 신임해 주신 것 같습니다. 이에 2022년 올해의 위키인 신인상이라는 저에게는 다소 과분한 상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저는 주로 반반달리즘 분야에서 활동해 왔습니다. 부족한 실력이지만, 지난 호 기고에서 Respice post te님께서 언급하신 RedWarn을 비롯한 여러 스크립트를 제작, 번역하여 한국어 위키백과에 가져와 관리 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해 노력하였습니다. 그러나 이 외의 분야에서는 활동하지 않았었는데, ‘밥값’은 해야 할 것 같아 저에게 있어서 처음이자 가장 큰 프로젝트를 주도하게 되었습니다. 삭제 정책을 바로 잡는 일입니다. 따라서 이번 기고에서는 현재 진행형인 삭제 정책의 대대적인 개편에 대해 얘기하고자 합니다.


이번 개편의 핵심은 ‘빠른 삭제 기준‘ 도입입니다. 영어 위키백과의 빠른 삭제 기준은 2004년에 도입되었으며, 한국어 위키백과가 이를 받아들이기까지 20년이 걸렸습니다. 우리 정도 크기의 언어판 중 빠른 삭제 기준이 없는 곳은 한국어 위키백과뿐이었습니다. 이제라도 우리는 이 기준을 받아들였지만, 기준 없이 관리해 왔던 시간이 너무 긴지라 한국어 위키백과의 현실에 맞지 않은 점이 많이 보입니다. 삭제 신청을 처리할 때 가장 많이 보였던 사유 중에는 ‘등재 기준 미달’이나 ‘독자 연구’가 있는데 이제는 이를 이유로 한 삭제 신청이 불가능해졌습니다. 즉 삭제 토론을 통해서만 삭제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 점을 보완하기 위하여 등재 기준보다 조금 느슨한 중요성 입증 개념을 최근에 도입하였습니다. 아래에서 자세히 설명하겠습니다.

빠른 삭제 기준의 도입은 더 투명하고 일관된 삭제를 가능하게 합니다. 기존의 정책은 관리자의 주관에 크게 의존했으며, 삭제 여부를 판단하는 데 명확한 기준이 부족했습니다. 이에 따라 사용자들 간의 논쟁이 빈번했고, 기준 없는 상태에서의 운영은 많은 혼란을 야기했습니다. 새로운 제도의 도입과 수정으로 관리자는 명시된 기준을 따라 삭제를 결정하고, 삭제 토론도 더 체계적으로 이루어질 것입니다.


현재 도입된 기준을 설명드리겠습니다. 크게 일반(G), 문서(A), 넘겨주기(R), 파일(F), 분류(C), 사용자 문서(U), 그리고 틀(T)로 나뉘어 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빠른 삭제 기준 문서를 참고해 주세요. 내용이 너무 방대하여 중요한 내용만 간략히 설명하겠습니다.

G는 모든 이름공간에 적용되는 규칙으로, G1부터 G14까지 있습니다. 일반적인 반달리즘이나 무의미한 문서는 G1G2G3로 삭제 신청이 가능합니다. 끊긴 넘겨주기는 넘겨주기 항목이 아닌 G8으로 요청해 주셔야 합니다. 초안에서 일반 문서로의 넘겨주기는 G13에 포함됩니다. G14는 동음이의어 문서의 기준에 관한 것이며, 가능하면 2개 이상의 문서를 포함하고 있어야 함을 명시하고 있습니다.

A는 일반 문서에 관한 것입니다. A1과 A3는 비슷하게 들리지만, 완전히 다른 의미이기에 구별되어야 합니다. A1은 G1처럼 말이 안 되지는 않으나 문맥이 없는 문서이며, A3은 질문 등 위키백과 일반 문서에 전혀 어울리지 않은 케이스에 적용됩니다. A5는 단순히 다른 위키프로젝트와 다루는 내용이 같다고 삭제되는 것이 아닌 해당 위키프로젝트로의 이동 결정이 나거나 이동이 되었을 때 적용됩니다. 위에서 언급한 중요성 입증이 도입됨에 따라 세 가지 새로운 기준(A7, A9, A11)도 채택되었습니다. A7은 개인, 동물, 단체, 웹 콘텐츠, 사건, 가상의 창조물에 한해서 적용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대부분은 문서 등재 기준과 세부 등재 기준을 참고하시면 되며, ‘가상의 창조물’은 한국어 위키백과에만 도입된 개념인지라 주석의 설명을 보시고 판단하시면 되겠습니다. A11은 발명, 규정, 발견, 주장, 아이디어, 이론으로 제한되며, 이는 영어 위키백과의 ‘obvious invented’을 자세히 풀어 쓴 내용입니다. 다만 이를 독자 연구와 혼동하면 안됩니다.

R2는 일반 문서에서 다른 이름공간으로의 넘겨주기에 해당하며, R3는 전혀 사용되지 않는 오타 넘겨주기에 해당합니다. F9은 G12와 독립되어 있으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T 항목들은 도입은 하였지만 테스트 중입니다. 만약 사용량이 저조하거나 잘못된 사용이 보인다면 삭제해도 될 것으로 보입니다.


식별자를 포함한 넘겨주기에 관한 기준은 거의 존재하지 않습니다. G14에 의해 동음이의어 문서로의 넘겨주기는 ‘(동음이의)’로 끝나는 경우에만 존치하며 나머지는 삭제 대상입니다. 동음이의어 문서로의 넘겨주기를 제외한 넘겨주기는 다른 빠른 삭제 기준에 해당하는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대부분 빠른 삭제 대상이 아닙니다. 이에 따른 혼란을 예상하고 있으며, 지침의 개정이나 다른 대안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삭제 신청 방법은 기존과 유사합니다. 예를 들어, {{풀기:ㅅ|광고}}를 사용하면 자동으로 g11이 적용됩니다. 또한, 삭제 이유를 더 자세히 설명하고 싶을 경우에는 두 번째 변수에 상세한 이유를 적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풀기:ㅅ|광고|광고인 상세한 이유 작성}}과 같이 작성하면 됩니다. 또는 단축 틀을 이용하셔도 됩니다. {{풀기:db-g1}}은 {{풀기:ㅅ|g1}}와 동일한 결과가 나옵니다. 자주 사용되는 변수는 {{풀기:g1}}과 같이 작성하여도 됩니다. 또한, 이 단축 틀에도 ‘|’을 사용하여 상세한 이유를 추가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풀기:g5|추방된 A 사용자가 작성한 문서}}으로 작성 가능합니다. 사용 가능한 변수들이 조금 더 추가되어서 사용하기 편하실 겁니다.


우선 빠른 삭제 기준을 도입하고 이후에 관련한 정책이나 지침들을 보완하고 있습니다. 상황을 보고 도입에 관해 논의할 정책은 삭제 제안입니다. 이는 빠른 삭제 기준에는 해당하지 않지만, 삭제 토론으로 넘기기에는 명백한 지침 위반일 때 사용합니다. 정책과 관련 지침들이 자리 잡고 나서도 상식적으로 삭제되어야 할 문서들이 삭제 토론으로 넘어가는 사례가 자주 발생한다면 도입해야 할 것입니다. 또한 삭제 절차를 지침화할 계획입니다. 현재 삭제 정책이 크게 개정되지 않은 상태이기에 함께 바꿔볼 계획에 있습니다.

삭제 정책이 전체적으로 안정화된다면 일반 사용자보다 조금 더 많은 권한을 가진 문서 이동자 도입에 관한 토론도 열릴 것입니다. 문서 이동자 또한 빠른 삭제 기준을 사용하고 있어 논의가 미루어지게 되었습니다.

위에서 언급했듯 정책 및 지침을 개편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부족한 점도 많이 있으니 독자 여러분께서 도와주셔야 정책이 원활히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입니다. 의견을 주신 분들과 적극적으로 도와주신 분들 너무 감사드리며, 앞으로도 공동체 발전에 보탬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오늘 하루도 평안하시길 바라며 이만 줄입니다. 감사합니다.


※ 기고 제목의 ‘풍요로운 지식의 정원’은 위키백과를, ‘법칙’은 삭제 정책을 비롯한 위키백과의 뼈대가 되는 정책과 지침을 의미합니다. 정원에 향기롭고 푸른 꽃과 나무들을 심어도 이들의 배치와 다듬은 모양이 엉망이라면 그 정원은 결코 아름답게 보이지 않을 것입니다. 정원의 구성물을 선별하고 만들어내는 것뿐만 아니라 이들이 한데 어우러지도록 관리하는 것도 정원사의 중요한 역할입니다.

※ KIWI는 한국어권 위키미디어 커뮤니티의 소식을 싣고 있는 계간 소식지입니다. 본 기사는 KIWI 6호의 독자 기고를 발췌했으며, 더 많은 기사는 한국어 위키백과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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